2009년 1월 15일, 게임포털 넷마블과 다음게임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평생 무료화 서비스가 선언됐다.
30일 기준 19,800원의 정액제 요금제로 서비스되던 게임이 결제여부에 관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로 전격 전환된 것. 지난 2005년 처음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던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한 때 동시접속자수가 4만 명을 넘는 등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았으나 유료화 이후 이용자수가 급격히 감소했었다.
공식홈페이지에 게재된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무료화 서비스에 관한 공지
이러한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무료화 선언에 대해 게이머들의 관심은 뜨겁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게임 검색 순위에서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무려 55단계 급등한 15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도 '실시간 게임 검색어'의 1위에 랭크되기도 했었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CJ인터넷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무료화 서비스 실시 하루 만인 16일 신규 서버 '에오스'를 오픈한 데 이어, 기존 서버인 헬리오스나 셀레네 서버는 접속자 폭주로 접속이 어려우니 다른 서버를 이용해달라는 공지를 게시할 정도다.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아이온' 등 대작게임들의 공세 속에서도 무료화 선언 이후 비교적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도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섞인 의견도 존재하고 있다.
1. '다중 클라이언트'를 어찌 하오리까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여느 게임보다도 '다중 클라이언트'에 대한 게임 내 영향력이 높은 편이다. 예를 들면 게임 내의 경제중심지인 리스본에서 60 ~ 80분 정도 항해하면 고가에 거래할 수 있는 교역품을 저렴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데, 항해인원(캐릭터 수)에 따른 속도차이가 없는 만큼 복수의 클라이언트를 사용해 항해하면 그만큼 이익을 배가시킬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즉, 1개의 클라이언트(캐릭터)만 사용하는 유저는 60분을 항해해 1,000만 두카트(게임 내 화폐단위)를 벌 수 있다면, 5개의 클라이언트(캐릭터)를 사용하는 유저는 비슷한 시간에 5,000만 두카트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액제 유료화 서비스가 진행되던 과거에는 5개의 클라이언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5개의 계정의 요금을 결제해야 했던 만큼 '5개의 클라이언트'와 같은 복수 클라이언트 사용자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부분유료화 서비스로 복수의 클라이언트 사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 만큼, 이로 인한 게임 내 경제시스템의 붕괴가 과거보다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넷마블측은 "복수의 클라이언트 사용에 대해서는 확정된 내용이 없으며, 변경되는 사항이 있으면 공지를 통해 안내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항해시대 온라인>에는 지금도 복수 클라이언트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일부 게이머들의 주장이다.
2. '무료화' 아닌 '부분유료화' 캐시아이템 도입은 어떻게?
24시간 무료서비스를 실시한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면밀히 말해 '무료화'가 아닌 '부분 유료화'로 과금 방식이 변경된 것이다. 즉, 게임 이용에 대해서 직접적인 요금을 요구하진 않겠지만, 다른 형태로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것은 아이템샵을 통한 부가서비스의 판매다. CJ인터넷측은 '당장 부분유료화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곤 있지만 벌써부터 항해속도를 올릴 수 있는 부가서비스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게이머들은 '캐시아이템 판매로 인한 게임 내 밸런스 붕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항해속도의 상승은 게임 내 교역, 모험 컨텐츠의 소모속도를 높여 게임을 쉽게 질리게 할 뿐 아니라, 게임화폐 공급량의 확대로 인해 경제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같은 것이다.
무엇보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월정액 과금을 기준으로 게임이 설계되었던 만큼, '서든어택'에서 보여준 것처럼 CJ인터넷이 충분한 검토를 통해 게이머들이 부담을 가지지 않는 수준에서 신중하게 부가서비스 판매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3. '갑자기 왜 이러나' 일방적 과금방식 변경에 대한 기존 유저들의 흐름도 무시 못해
1월 1일,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공식 홈페이지에 'D - 15' 라는 배너가 게재되면서 기존에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이 어떠한 내용일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CJ인터넷측은 오픈 당일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기존 게이머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무료화 선언 2일 전인 1월 13일에야 한 웹진의 '부분유료화가 유력하다'는 보도를 통해 부분유료화의 가능성을 추측한 것이 고작이다.
2005년 월정액제 유료화 이후 4년째 정액제 서비스를 즐기던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변화였다. 실제로 유료화 직후인 15일 몇몇 유저들은 게임 내 대화창(외치기)을 통해 CJ인터넷을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었다.
특히 오픈베타 직후부터 게임을 즐겼던 '리더스 회원'들의 분노도 큰 편이다. 회사측이 초기 유저들에 대한 혜택을 약속한 후 부분유료화와 함께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클로즈 베타때부터 게임을 즐겼다는 한 유저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가 있어야 게임도 있는 것인데, 게이머와는 어떠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과금 방식을 변경할 수 있느냐"며 "바뀌는 것은 좋지만, 꾸준히 요금을 내며 게임을 즐기던 기존 유저들만 손해를 보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공식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존 이용자의 보상에 관한 게이머들의 의견들. 모든 유저들의 의견은 아니지만, 부분유료화에 반대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CJ인터넷은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이번 변화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외로 부진했던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정액 과금제를 기준으로 설계되었으며, 4년 여간 그렇게 서비스되었던 게임을 부분유료화로 전환시켜 진행하는 것에는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기 드문 대작'이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선 실패했던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어떻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